기소유예 전과

기소유예 받고 또 걸렸다면 초범일까 재범일까 누범일까

한 사람이 폭력 사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하자. 그리고 약 1년 뒤, 다시 폭력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사람은 스스로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처음 처벌받는 것도 아니니 초범은 아닌 것 같고, 또 저질렀으니 재범인 것 같고, 반복했으니 누범인가 싶기도 하다.

초범, 재범, 누범. 이 세 단어는 일상에서 자주 쓰이지만, 그중 법률 용어는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일상어다. 이 뒤섞임이 혼란의 원인이다. 이번 편집에서는 세 용어의 정확한 경계를 정리한다.

초범과 재범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먼저 뜻밖의 사실부터 짚어야 한다. 초범과 재범은 엄밀히 말하면 법에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초범은 그저 죄를 처음 저지른 사람을 가리키는 일상적 표현이고, 재범은 다시 저지른 것을 가리키는 일상적 표현이다. 형법 어디에도 "초범은 이러하다", "재범은 이러하다"는 정의 조항이 없다. 수사와 재판에서 참고는 되지만, 그 자체로 형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법적 개념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재범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전과가 있느냐, 그리고 누범에 해당하느냐다.

기소유예는 전과가 아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한다. 전과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인데, 수사를 받거나 입건됐다고 전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과는 유죄가 확정되어 형을 선고받았을 때 남는 기록이다.

그렇다면 기소유예는 어떨까. 기소유예는 검사가 죄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끝내는 처분이다. 재판 자체가 열리지 않았으니 유죄 판결도, 형의 선고도 없다. 따라서 기소유예는 전과로 남지 않는다.

앞의 예로 돌아가면, 폭력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사람은 그 시점에 전과가 없는 상태다. 수사 기록은 검찰에 남지만, 유죄 확정에 따른 전과 기록과는 다르다.

누범은 훨씬 엄격한 조건이다

이제 세 용어 중 유일한 법률 용어, 누범이다.

누범은 형법 제35조에 정의된 개념으로,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다. 다음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 이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것. 즉 벌금형이 아니라 실형 또는 그에 준하는 형이어야 한다.
  • 그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됐을 것.
  • 집행 종료 또는 면제 후 3년 이내일 것.
  • 그 기간 안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을 것.

이 네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누범이다. 누범이 되면 그 죄에 정해진 형의 상한이 2배까지 올라간다. 처벌이 실제로 무거워지는 것이다. 형법 제35조의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예로 돌아가 보자. 폭력으로 기소유예를 받은 사람은 애초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적이 없다. 기소유예는 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번째 요건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1년 뒤 다시 폭력을 저질러도 누범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무엇인가

정리하면 이렇다. 폭력으로 기소유예를 받고 1년 뒤 다시 폭력으로 수사를 받게 된 사람은, 전과가 없는 상태에서 다시 사건에 연루된 경우다.

초범이라 부르기도 애매하고, 일상적 의미의 재범은 맞지만, 법률상 누범은 아니다. 가장 정확한 표현은 전과 없는 재범이다.

그런데 여기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누범이 아니라고 해서 이전 사건이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범이 아니어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지점이 가장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누범 가중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전의 기소유예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와 판사는 형을 정할 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그중에는 같은 종류의 사건을 반복했는지도 포함된다. 1년 전에 같은 폭력으로 기소유예를 받고도 다시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이는 반성이 부족하거나 재발 위험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즉 누범처럼 형의 상한이 법적으로 2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처분은 처음보다 무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기소유예로 끝났더라도, 두 번째는 벌금이나 그 이상의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사건을 반복했다는 사실 자체가, 법률 용어와 무관하게 불리한 정황이 되는 것이다.

정리

초범과 재범은 법률 용어가 아니라 일상어이고, 누범만이 형법에 정의된 개념이다.

기소유예는 전과로 남지 않으며, 누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끝난 뒤 3년 이내에 다시 죄를 저지른 경우라는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기소유예를 받은 뒤 다시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전과 없는 재범일 뿐 누범은 아니다.

다만 누범이 아니라는 것이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사건을 반복한 사실은 양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두 번째 처분은 처음보다 무거워질 수 있다. 용어가 무엇이든, 반복은 그 자체로 무게를 갖는다.

본 매체는 법률 자문을 제공하지 않는다. 개별 사건의 법적 판단은 자격을 갖춘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