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렉카는 왜 처벌을 피해 가는가 — 허위사실 인식이라는 벽
자극적 폭로로 조회수를 버는 사이버렉카의 명예훼손 방송이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방송은 실재했고, 내용은 명백히 명예를 훼손했으며, 조회수는 올라갔다. 그런데도 수사기관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린다.
이 간극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법리의 문제다.
이번 편집에서는 한 불기소 사례를 익명화해, 사이버렉카 명예훼손이 왜 처벌을 피해 가는지 그 구조를 짚는다.
사례 개요
한 인터넷 방송인이 제보자 여러 명으로부터 받은 내용을 토대로, 한 개인에 대해 형사 범죄 의혹을 제기하는 실시간 방송을 이틀에 걸쳐 송출했다.
방송에는 살인, 금전을 통한 진술 번복 같은 중대한 범죄를 암시하는 표현이 담겼다.
대상자의 실명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고 이니셜이 사용됐으나, 방송에 첨부된 기사 링크와 댓글창을 통해 대상자가 특정될 수 있는 상태였다.
대상자는 방송인과 제보자들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참고로 대상자가 연루됐던 형사 사건은 이후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경찰은 불송치(혐의없음), 검찰은 불기소(혐의없음)로 결론 냈다.
첫 번째 벽 — 허위사실 인식의 입증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명예훼손을 두 층위로 나눈다.
- 제70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 7년 이하 징역. 성립하려면 적시한 내용이 거짓이고, 행위자가 그것이 거짓임을 인식했으며, 비방 목적이 있어야 한다.
- 제70조 제1항(사실 적시) — 3년 이하 징역. 내용이 사실이라도 비방 목적으로 공공연히 드러내 명예를 훼손하면 성립한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에서 걸린 지점은 제2항의 "허위사실 인식"이었다.
방송인은 제보자들로부터 받은 내용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며, 공익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제보자 일부는 제보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런 진술들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방송인이 그 내용을 거짓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사이버렉카 명예훼손의 첫 번째 구조적 특성이 있다. 허위사실 인식은 행위자의 내심에 관한 것이라 외부에서 증명하기가 극히 어렵다.
"나는 제보를 믿었을 뿐이다"라는 항변을 깨려면, 방송인이 진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정황이 필요하다.
그 정황을 피해자가 수사 단계에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 벽 — 공익성 항변
사이버렉카가 자주 기대는 방어 논리가 공익성이다.
형법 제310조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도 그 내용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판례는 주된 동기가 공익이면 부수적으로 사익적 목적이 섞여 있어도 비방 목적을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사례에서도 방송인은 공익 목적을 주장했고, 실명 대신 이니셜을 써서 특정을 피하려 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유튜브 시청자라는 특정 집단의 관심도 공익에 포함될 수 있다는 판례 법리까지 더해지면서, 비방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공익성 항변이 조회수 수익이라는 실질적 동기를 가리는 방패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의혹 제기"의 형식을 취하면, 그 이면의 상업적 동기는 입증 대상 밖으로 밀려난다.
세 번째 벽 — 사실 적시 판단의 누락
이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허위사실 인식이 입증되지 않으면, 수사기관은 그다음 단계로 제70조 제1항(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대법원 법리에 따르면,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행위자에게 허위성 인식이 없으면 제2항이 아니라 제1항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허위 인식이 없다는 결론은 무혐의의 종착점이 아니라,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는 다음 검토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 수사기관은 제2항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 멈췄다. "대상자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하고 방송한 행위가 제1항의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판단되지 않았다.
피해자 측이 이의신청에서 바로 이 누락을 지적했다.
이것이 세 번째 구조적 공백이다. 수사가 허위사실 프레임에만 갇히면, 사실 적시라는 더 낮은 문턱의 성립 가능성이 검토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
피해자가 마주하는 입증의 비대칭
이 사례를 관통하는 것은 입증 책임의 비대칭이다.
방송인은 "제보를 믿었다", "공익 목적이었다"고 말하면 된다.
반면 피해자는 방송인이 거짓임을 알았다는 것, 또는 진위 확인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방송인의 내심을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 구조다.
이 사례에서 피해자는 불송치 이후 제보 경위를 알려줄 새로운 참고인을 직접 수소문해 찾아냈다.
방송의 실제 동기가 금전 목적이었다는 정황을 확보하려는 시도였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을 대신해 증거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 자체가, 이 유형의 사건에서 피해자가 놓인 위치를 보여준다.
정리
사이버렉카 명예훼손이 처벌을 피해 가는 경로는 대체로 세 개의 벽으로 정리된다.
허위사실 인식의 입증 곤란, 공익성 항변, 그리고 사실 적시 판단의 누락이다.
세 벽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피해는 명백한데, 가해의 고의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방송은 공개적으로 이뤄지지만, 그 방송을 만든 내심은 밀실에 있다.
이 비대칭이 좁혀지지 않는 한, 자극적 방송으로 조회수를 버는 구조는 법의 문턱 앞에서 반복해서 빠져나갈 여지를 갖는다.
사이버렉카 처벌 강화 논의가 계속 제기되는 배경에는 이 구조적 공백이 있다.
사이버 명예훼손 피해는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다. 경찰의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 ecrm.police.go.kr)에서 접수와 상담이 가능하다.
본 매체는 법률 자문을 제공하지 않는다. 개별 사건의 법적 판단은 자격을 갖춘 변호사와 직접 상담해야 한다.
